한숨 돌린 산업계… 中 의존 높은 중간재 수출은 타격 불가피

입력 2025-04-11 00: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관세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중국과 다른 국가 간 관세 격차가 10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으면서 국내 산업계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관세 유예 결정으로 산업계는 일단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와의 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예측 불허의 상황이 이어지는 점이 문제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10일 “관세 유예 조치로 협상 시간을 벌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불확실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 때마다 생산 등 경영 계획을 반복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부품 산업 등은 중국산 제품 관세가 125%까지 높아지면서 초긴장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의 ‘공급망 분석을 통해 살펴본 한·중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78.4%가 중간재다. 이 중 고위기술 중간재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의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한국의 중간재 수요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역시 한국의 주요 중간재 수입국이기 때문에 중국 수출 자체가 위축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미국 수출이 사실상 막힌 제품을 중국이 제3국 시장에 더 싼 가격으로 판매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중국의 저가 공세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자동차 등에 대해 25%의 품목별 관세는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격 경쟁력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관세로 중국산 철강이 제3국에 더욱 저렴하게 유입되면 국내 철강 산업은 더 치열한 경쟁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