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을 샀던 2023년 8월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파행은 대회 조직위원회와 감독 기관인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 등의 부실한 업무 처리와 무책임 행정이 빚은 총체적 난국의 결과였던 것으로 감사원이 결론 내렸다. 부적합한 부지 선정, 준비상황 점검 및 보고 체계 미흡, 계약상 비위 등 모두 40건의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관련 기관에 주의를 요구하고 위법·부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수사 등을 요청했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새만금 잼버리 준비·운영기구인 조직위, 여가부, 전라북도 및 부지 매립을 담당한 농림축산식품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전문성이 부족한 여가부 출신 최창행 사무총장을 선임한 데다 국제행사 경험이 있는 직원도 전체의 6.3%에 그치는 등 진행 역량 자체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잼버리 시작 직전에는 숙영, 전력, 통신, 급수 등 각종 필수 시설을 늦게 짓거나 부실하게 설치했던 사실도 파악됐다. 조직위는 또 행사 기간 폭염 가능성이 있음에도 대비 물품을 비롯해 급식, 의료, 방제, 폐기물 처리 등 생활서비스 제공 물자와 인력을 부실하게 준비했다고 감사원은 봤다.
조직위의 현장 대응도 부실했다. 폭염경보에도 참가자들에게 염분 지급을 미뤘고 여가부에는 관련 시설 설치가 완료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각종 계약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기거나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사실도 드러났다.
여가부는 잼버리지원단의 주축 인력을 여가부 직원이 아닌 지자체 파견 인력으로 충원했다. ‘갑질’ 문제가 불거져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이던 직원을 팀장으로 배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조직위가 시설 설치와 관련해 허위 보고했을 당시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현장에 의료·사무기기가 없는 것을 보고도 국무회의에 참석해 설치가 완료됐다고 알려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기회도 놓쳤다고 지적했다.
전북도는 2015년 7월 후보지 선정 당시 부지 매립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지 않고 육안으로만 현장을 둘러보고 장소를 골랐다고 한다. 2개월 뒤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제출하는 개최 계획서 작성 때는 이행 가능성 검토를 소홀히 했고, 이후 포플러 나무 식재와 스카우트센터 위탁 등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야영지에 작고 기울기 없는 내부배수로를 설치하는 바람에 대회 기간 빗물 배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농지조성 등과 직접 연관되는 용도로만 써야 하는 농지관리기금을 ‘관광·레저용지’인 잼버리 부지 매립에 투입했다. 이 문제를 덮기 위해 부지 용도를 ‘유보 용지’로 전환한 뒤 기금을 투입했고 이후에 관광·레저용지로 바꾸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감사원은 여가부·전북도에는 기관 주의를 요구하고, 위법·부당행위자 18명에 대해서는 징계요구와 인사자료 통보, 수사요청, 수사참고자료 송부 등의 조처를 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여가부는 “겸허히 수용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박준상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