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선도한다는 ‘K이니셔티브’ 비전을 제시하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두관 전 의원과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미 출사표를 던졌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고심 중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은 이날 한동훈 전 대표가 ‘정치 교체, 세대 교체, 시대 교체’를 내걸고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전 장관과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벌써 6명이 출마를 밝힌 데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도 예고한 터라 후보가 15명이 넘을 듯하다.
예정에 없던 조기 대선은 여야의 극단적 대립에 실종된 정치가 초래했고, 그 갈등은 네거티브로 점철됐던 지난 대선의 극한 대결에서 비롯됐다. 국난을 부른 정치의 실패를 수습해 새로운 걸음을 떼려면 이번 선거가 지난 선거와 달라야 한다. 진영의 울타리를 높이 쌓고 비방전을 벌인 지난 대선은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나란히 치솟은 최악의 ‘혐오 선거’였다. 유권자에게 차악을 뽑도록 강요한 진흙탕 대결을 넘어 정책과 비전이 다시 선택의 잣대로 작동하게 선거판을 바꿔야 한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의 전략과 구호가 달라져야 하며, 구태를 엄중히 심판하는 유권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판세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유력 후보인 이 전 대표는 최근 무당층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열세를 보였다. 지난 3년 극한 대결 정치의 당사자였다는 사실이 그의 확장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극복하려면 그간의 정치와 다른 정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진영을 넘어서는 통합의 메시지를 캠페인 전면에 세우고, 통상외교의 국가적 난제에 힘을 모으는 협치의 실천이 그 방법일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반(反)이재명 정서에 기대선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 난국을 부른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정치에 국민은 충분히 지쳐 있다. 그것을 뛰어넘는 미래를 말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결별하는 통합의 구상과 재도약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경쟁을 벌여야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한국 정치판에선 어느 당도 지지층만으론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진영 갈등이 우리 삶을 어떻게 망치는지 비상계엄과 탄핵소추를 거치며 똑똑히 목격한 지금, 그들이 원하는 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이를 실천하리라 믿음을 주는 후보에게 표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