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가 미래의 먹거리 포항산(産) 연어로 연간 60조원 시장에 담대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철강 산업으로 대표되던 도시가 이제는 K-연어, 즉 한국산 연어 생산의 전초기지로 변모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시는 남구 장기면 일원에 대규모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67조원)과 맞먹는 규모의 거대한 세계 연어 시장 진출과 국내 연어 수입 대체를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먹거리 생산을 넘어 식량 안보 강화, 지역 경제 활성화, 첨단 기술 기반의 신산업 육성이라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포항형 연어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수산업에 접목한 미래형 양식 모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양식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지능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기후변화와 시장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양식으로의 전환을 필수 과제로 인식하고 2019년부터 전국 주요 거점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부산(연어), 신안(새우), 강릉·양양(연어), 포항(연어), 제주(넙치), 그리고 최근 선정된 당진(바다송어) 등이 대표적이다.
포항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총 22만4140㎡ 규모로 연어의 생산 기술을 개발, 실증하고 가공 유통 판매까지 한다. 상업형 테스트베드(2만8570㎡)와 배후부지에 스마트 양식장을 집적화하고 생산된 수산물을 가공·유통하는 연어특화단지(19만5570㎡)가 들어선다. 포항산 연어의 출하뿐만 아니라 스마트양식 기자재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 기능까지 집적화한 대규모 복합 단지를 목표로 한다.
시는 오는 14일 ‘연어양식특화단지 개발 및 실시계획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고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대한민국 연어 1번지를 향하여
포항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단순한 양식 단지를 넘어 포항의 미래 산업 지도를 바꿀 혁신적인 프로젝트다. 시는 과거 과메기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수산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 2021년 해양수산부 공모사업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공모 선정 이후 시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사업비 400억원(국비 포함)을 투입해 핵심 시설인 테스트베드 조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착공한 테스트베드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한다.
테스트베드와 함께 조성될 배후부지는 최근 경북도의 2025년도 산업단지 지정계획에 ‘포항 연어양식 특화단지’로 반영됐다. 향후 개발 계획 수립, 각종 영향평가 등을 거쳐 정식 산업단지(농공단지) 지정을 추진한다. 입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기술협력 파트너인 노르웨이 닐스윌릭슨사를 비롯해 국내외 기업 6곳 이상이 이미 입주 의향을 밝히는 등 관심이 뜨겁다. 지난 2일에는 닐스윌릭슨의 이바르 시그문드 윌릭슨 한국지사 회장이 포항의 사업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시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안정적인 국내 연어 공급 및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한다. 나아가 K-연어 브랜드로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수출길을 열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첨단 양식 기술 및 관련 산업 육성으로 국내 스마트양식 기술 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어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 유통, 사료, 기자재, 백신 개발, 바이오, 심지어 의료·미용 분야까지 연관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 수 있다. 관련 기업 유치를 통해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으로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2년 후 우리 식탁 대서양 연어, 포항산으로 대체할 것”
이강덕 포항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산 연어가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오르고, 나아가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갈 그날을 기대한다.”
이강덕(사진) 경북 포항시장은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포항 연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는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를 넘어, 대한민국 수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이자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항시가 양식을 추진 중인 포항산 연어는 현재 우리 식탁에서 친숙한 식재료이다. 샐러드, 초밥, 스테이크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는 연어는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연어 수입량은 지난 10년간 5배 이상 급증해 지난해 누적 수입량은 7만8000t에 달한다. 대부분 노르웨이에서 온 대서양 연어다. 연간 4만t 이상, 금액으로도 막대한 외화가 연어 수입에 지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시장은 “스마트양식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지역 경제와 수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만큼 연어양식 기술과 가공·판매 경험을 보유한 노르웨이 닐스윌릭슨사, 민간사업자 미래아쿠아팜과 2021년 기술협력 협약을 맺었다.
그는 “이제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은 물론 해양수산 전 분야의 스마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연어 양식산업도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품고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7년부터 연어의 본격적인 생산과 출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대서양 연어를 포항산 연어로 대체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