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국 외 나라들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기본관세 10%만 물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관세 발효 13시간 만의 번복이다. 모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반색하면서 미국 나스닥 지수(12.16%)는 24년 만에, S&P 500(9.52%)은 17년 만에 하루 최고 오름세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 역시 전날보다 151.36포인트(6.60%) 뛴 2445.06에 마감했고 원화가치도 30원 가까이 급등했다. 안도감은 금융시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경기 침체, 국정 공백에다 관세발 외국 자본 이탈, 수출 부진 우려의 겹악재로 전전긍긍하던 정부도 전열을 가다듬는 시간을 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위기 불안감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에만 125%의 관세를 매김에 따라 관세 전쟁의 화력을 중국에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의 예측불가 성향으로 언제 다시 맘이 바뀔지 모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중 최고 상호관세율(25%)을 맞은 우리로선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안심은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부터 우선하라”고 실무진에 지시, 한국이 관세 협상 테이블에 먼저 앉을 전망이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하며 관세에 다른 의제를 더한 ‘원스톱 쇼핑’을 언급해 조선업, 액화천연가스(LNG), 방위비 분담 등이 패키지로 다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리더십 부재의 한국이 미국에 휘둘릴 우려가 없지 않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90일은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시간을 아우른다. 한 대행과 정부가 관세와 무역 분야에서 국익에 맞는 협상을 진행하고 차기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방위비 등 안보 문제의 윤곽을 잡는 게 적절해 보인다. 다시 말해 대선과 상관없이 정부가 전략을 세우고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적 원팀 정신이 절실하다. 다수당 역할이 막중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행여나 한 대행 탄핵 등 소모전에 힘쓰지 말고 정부 협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게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대표의 ‘잘사니즘’ 공약과도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