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의 ‘절창’, 힙한 무대로 젊은 관객 사로잡다

입력 2025-04-11 23:16
국립창극단의 ‘절창V’에 출연하는 왕윤정(오른쪽)과 김율희. 두 여성 소리꾼은 ‘흥보가’를 재구성해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은 2010년대 들어 소재와 표현의 경계를 없앤 창작 창극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한국적 음악극’ 창극은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준수 유태평양 김수인 등 젊은 단원들은 탄탄한 팬덤까지 구축하게 됐다. 덕분에 국립창극단이 매달 선보이는 완창(完唱) 판소리에도 관객이 크게 늘었다. 나아가 국립창극단은 2021년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새로운 프로젝트 공연 ‘절창(絶唱)’을 시작했다.

완창은 소리꾼 한 명이 오로지 고수의 북장단에 의지해 한바탕의 소리를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것이다.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아홉 시간까지 걸린다. 이와 달리 아주 뛰어난 소리를 뜻하는 ‘절창’은 두 명의 젊은 소리꾼이 약 100분 동안 판소리의 눈대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한 뒤 여러 악기와 연출을 더했다. 전통 소리의 본질은 지키되 콘서트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무대가 특징이다. 이 때문에 소리꾼 외에 연출가, 드라마투르그, 음악감독 등이 참여한다.

2021년 첫 무대인 ‘절창I’은 국립창극단의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판소리 ‘수궁가’를 가지고 만들었고, ‘절창Ⅱ’는 국립창극단의 민은경과 이소연이 ‘춘향가’와 ‘적벽가’를 엮었다. 그리고 2023년 ‘절창Ⅲ’는 국립창극단 이광복의 ‘수궁가’와 밴드 이날치의 보컬 안이호의 ‘심청가’를 교차 구성했고, 2024년 ‘절창Ⅳ’는 조유아와 김수인이 유파가 다른 ‘춘향가’를 들려줬다.

일회성으로 시작한 ‘절창’은 2021년 초연 이래 “판소리 그 자체로 ‘힙’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판소리를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걸작이 탄생했다” 등 뜨거운 호응 아래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상회하며 국립창극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이자 새로운 공연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오는 25~26일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절창V’는 국립창극단의 왕윤정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의 무대다. 왕윤정은 최근 창극 ‘리어’와 ‘정년이’로 주목받았고, 김율희는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레게, 재즈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소리꾼은 이번에 ‘절창’ 시리즈 최초로 ‘흥보가’를 재구성해 선보인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부와 욕심 많은 놀부를 대비시켜 권선징악의 교훈을 전하는 친숙한 전개 방식을 비튼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를 이끌어온 민준호가 연출·구성, 배우와 연출로 다년간 활동해온 우상욱이 공동연출로 나선다. ‘입과손스튜디오’ 이향하 음악감독, 오인하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왕윤정과 김율희는 ‘흥보가’와 인연이 깊다. 왕윤정의 아버지 왕기철 명창은 동생인 왕기석 명창과 함께 ‘흥보가’를 자주 불렀다. 왕윤정이 어릴 때 아버지에게 처음 배운 판소리가 바로 박록주제 ‘흥보가’였다. 김율희는 2016년 한승석 중앙대 교수에게 배운 강도근제 ‘흥보가’로 첫 완창에 도전했다. 이후 두 차례 더 ‘흥보가’ 완창을 보여준 그는 창작 창극 ‘흥보 마누라 이혼소송 사건’의 작창과 주인공을 맡은 바 있다.

2023년 안이호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창극단 비(非)단원 출신인 김율희는 “또래 소리꾼들이 가장 욕심내는 무대가 바로 ‘절창’이다. 국립극장의 섭외 전화를 받자마자 OK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왕윤정은 “‘절창’은 그동안 소리를 정말 잘하는 선배들이 거쳐 간 시리즈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남성 소리꾼들이 자주 부르는 ‘흥보가’를 여성 소리꾼의 색채로 풀어낼 예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