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138주년을 맞은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는 초기 기독교 역사를 간직한 어머니 교회인 동시에 소위 ‘광화문 집회’로 불리는 현 한국사회 갈등 현장까지 지근거리에서 경험하는 곳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만난 이상학 목사는 “교회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그동안 최대한 정치 관련 목소리를 자제했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갈린 한국사회와 교회 현실을 보며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며 “기독교인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걸어야 하며 그 길이 ‘예수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교회라는 곳은 보수나 진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좌와 우 어디에도 일방적 편향성을 갖지 않는 ‘예수 중심’ 당파성을 가져야 교회가 사회의 보편적 지지를 얻는다는 의미다. 인종 정치색 성별 계층 지역을 떠나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화합된 모습이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임도 덧붙였다.
“기독교가 낮은 곳에서 약자를 돌보는 것이라든지 소외 이웃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갖는 것은 건강한 진보의 모습을 보이는 거라 할 수 있겠죠. 또 개인 인권을 중요시하고 제도 개선을 통한 점진적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품격 있는 보수의 모습입니다. 둘 다 성경 속 소중한 가치이고 기독교 안에 공존하기에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드는 것은 복음의 통합성을 포기한 것이죠. 교회는 진보와 보수의 좋은 부분을 통합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처럼 한국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이유를 ‘가짜뉴스’에서 찾았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가 양산, 재가공되고 급격히 퍼지면서 결국 갈등과 충돌, 증오와 폭력까지 나타났다고 봤다.
“극단적 분열 속에서 성경에 나오는 ‘거라사 광인’의 모습을 느낍니다. 군대 귀신이 들려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하죠. 국무위원을 줄탄핵하자는 주장도, 그렇다고 계엄을 발동하는 것도,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하는 것도 모두 비정상적인 흐름입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인부터 먼저 상식 지성 합리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유튜브가 아니라 균형 잡힌 글과 기사를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이 목사는 민주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폭력과 강제로 정적을 몰아내려는 시도는 민주적이지 않으며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지를 얻어 투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도 국민이라면 인정할 줄 아는 자세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소중한 것이고 사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열매도 맺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합리적 보수, 온건한 진보가 조화를 이뤄서 건강한 경쟁과 대화 타협, 그리고 나라 사랑의 모습을 보이길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