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는 언젠가 반드시 도래할 미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 미래를 생각하는 완성차업체는 ‘수소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수소는 전기보다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연료다. 다만 상용화가 가능할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수소 승용차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근까지 수소 승용차 시장은 현대자동차와 토요타의 한·일 맞대결 구도로 형성돼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수소 승용차 ‘넥쏘’의 완전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넥쏘는 현대차가 27년 동안 쌓아온 수소차 기술의 집합체다. 단 5분 정도만 충전해도 700㎞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차답게 폐차 재활용 플라스틱 등 친환경 소재를 내·외장재 곳곳에 사용했다. 동력 성능도 크게 개선했다. 2개의 인버터를 장착한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최고 모터 출력 150㎾의 성능을 갖췄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우린 단기 상황만 보지 않고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수소 기술은 미래 세대에 아주 좋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도 수소 승용차 사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준대형 세단 ‘크라운’의 수소 모델을 출시했다. ‘미라이’에 이은 브랜드 2번째 수소 승용차다. 16세대를 이어온 전통 모델에 수소 모델을 포함시킨 건 앞으로 본격적으로 수소 승용차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크라운 수소 모델은 고압 수소탱크 3개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820㎞(W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확실히 전기차보다 월등한 효율을 발휘한다.
수소 승용차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건 부족한 인프라다. 현대차가 2013년에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차 ‘투싼 ix FCEV’를 출시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이유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토요타는 10년 넘게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시장 확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났다. 당시 정 회장은 “(도요다 회장과) 수소를 이야기해서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수소차는 수익성 담보가 어렵기 때문에 완성차업체가 감히 손대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수소 분야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은 27년 전에 시작됐다.
현대차는 1998년 청정에너지 수소에 주목해 수소 연구개발 전담팀을 꾸리고 머큐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2000년 ‘UTC 파워’와 수소차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에 탑재한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한 회사다. 이렇게 개발한 시험차 ‘머큐리1’은 2001년 글로벌 친환경차 경주 대회(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 출전해 수상했다. 다만 머큐리1의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UTC파워가 개발한 걸 그대로 썼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스택 독자 개발 프로젝트 ‘폴라리스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로 2004년 탄생한 ‘폴라리스1’은 북미를 종횡으로 횡단하는 로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1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했다. 2018년 3월 현대차는 수소차 전용모델 ‘넥쏘’를 선보였다. 현대차의 2세대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했다. 2020년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사업 브랜드 HTWO를 설립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