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 1500원선 눈앞

입력 2025-04-09 19:03
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현구 기자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될 조짐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80원대까지 올라섰다. 양국 간 관세 협상이 출구를 찾지 못할 경우 1500원을 뚫을 가능성도 있다. 코스피도 1년5개월 만에 2300선이 무너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9일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 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야간 거래에서 환율이 주춤하는 듯했으나 미국 정부가 중국에 104%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급등했다.


특히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등 원화 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일 0시 기준 103.33에서 오후 3시 102.17로 소폭 하락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올라간 것은 분명한 무역 환경 둔화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급상승에는 미·중 관세전쟁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거래가 많아 원화와 위안화가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고 미·중 관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2019년 미·중 무역분쟁 시기 원화 가치는 8.0% 절하됐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최근 미국의 관세 압박 이후 하락세다. 중국의 역외 위안화 환율은 지난 8일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7.4290위안화로 1.1% 하락했다. 2010년 역외 위안화 시장이 창설된 이래 최저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한국은 중국에 비해 관세의 타격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원화 환율이 크게 반응하고 있다”며 “위안화 동조 현상이 끊어지기 위해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관세 완화 언급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험회피 심리로 엔화, 유로화 등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며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관세전쟁 격화 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장은 3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일제히 1500원까지 열어두고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한국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내려앉았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40.53포인트(1.74%) 내린 2293.7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0월 31일(2277.99) 이후 약 1년5개월 만이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15.06포인트(2.29%) 내린 643.39에 거래를 마쳤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