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열현남아’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태권도 선수였다. 스스로를 ‘실패한 운동선수’라고 말했다. 운동만 하다 보니 전교 꼴찌도 해봤다. 스펙도 기술도 없는 스물넷의 청년은 군 제대 후 삶이 막막했다. 남들처럼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일은, 사람들이 ‘노가다’로 부르는 ‘몸 쓰는 일’이었다. 오로지 먹고살기 위해 방충망 설치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나이, 학력, 배경과는 상관없이 땀과 노력으로만 평가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본 현장 기술직의 세계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방충망 일 이후 청소업체를 창업해 여전히 몸 쓰는 일을 계속하며 자신의 삶을 재정의했고, 유튜브를 통해 기술직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면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당장 스펙이 없고 공부를 못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 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장 기술직의 매력은 뭘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한 만큼, 노력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직한 직업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내 몸값은 내가 정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시작한 방충망 설치 작업을 예로 들면, 1시간에 끝내든 3시간에 끝내든 하루 수익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시간당 몸값이 정해진다. 물론 하루 14시간 일 할 때도 많았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묻지만 그는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움직인 시간이었고, 그 시간의 대가를 온전히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답한다.
또 다른 매력은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다. 식당과 같은 자영업의 경우 실패하면 막대한 투자금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술직은 처음 기술을 배우고 장비를 구입할 때 드는 비용만 필요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손실 규모가 비교적 작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정년퇴직 걱정이 없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숙련도가 쌓여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게 기술직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도 가능하다. 저자는 ‘진정한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기술직은 직접 일정을 짜고, 원하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
기술직의 많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선뜻 선택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저자도 처음에는 그 점을 극복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방충망 기술자로 일했을 때, 포터 트럭을 타고 다녔다. 부끄러웠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러 갈 때면 일부러 차를 멀리 주차하거나, 아예 차가 없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방충망 일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도 못했다. 돈도 꽤 벌었지만 당당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세상의 시선이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기술직에 처음 발을 디디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에는 따가운 시선을 딛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은행원을 마다하고 청소 기술자가 된 A씨는 20년을 더 다녀도 눈에 보이는 뻔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다. 친구와 함께 청소일을 하고 있는 그는 “월급을 받는 안정적인 삶보다는 매일 직접 손으로 일을 하며 느끼는 성취감과 자유로움이 훨씬 더 큰 만족을 줬다”고 말한다. “내가 회사의 기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대기업을 그만두고 필름 기술자가 된 B씨는 자신이 주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한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었지만 과감하게 대학을 포기하고 현장 기술자로 나선 C씨는 “학벌과 안정된 직업이 중요한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술자로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현실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존을 버리는 것’이다. 과거 얼마를 벌었건, 어떤 자리에 있었건 기술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새로 다시 배우는 ‘막내’일 뿐이다. 일단 선택했다면 남들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표와 방향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기술직이라는 길은 결국 스스로를 증명하는 길”이라며 “세상이 뭐라고 해도, 기술을 제대로 갖춘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고 강조한다. 처음 기술을 배우는 방법과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상세히 전한다. 저자는 “기술직은 전통적인 채용 시스템이 없는 대신, 기회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면서 “문이 닫혀 있다고 좌절하지 말고, 직접 문을 두드리고 열어젖히는 능동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장 기술직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저자에게 몸 쓰는 일은 “창조이고 삶의 터전이고 열정이 깃든 예술”이다. 그렇게 몸을 써서 만들어 낸 세상은 “손과 발, 그리고 열정이 만들어 낸 작은 기적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저자는 항상 말한다. “몸 좀 쓰면 어때?”라고.
⊙ 세·줄·평★ ★ ★
·아직도 건재한 '노가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다
·청년들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실패한 운동선수라고 하는데 글도 잘 쓴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