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문제는 오로지 개인 책임일 뿐인가

입력 2025-04-10 23:16

건강은 생활습관, 운동 여부, 유전 등 개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국가의 공공보건 정책도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 관리를 강조한다. 때문에 병에 걸리면 평소 관리를 못 한 자신에게 책임을 돌린다. 미국의 공공보건학자인 저자는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노화는 사회가 사람을 대우하는 방식과 더 큰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출생이라는 우연한 사건이 우리를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집단에 배정하는가, 아니면 소외당하고 멸시당하는 집단에 배정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기대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불공정한 사회 구조가 소외 집단의 건강과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대도시에 사는 흑인이 같은 권역에 사는 백인보다 일찍 만성질환에 걸리고, 그 원인이 유전적 차이나 생활 습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흑인 산모는 백인 산모보다 출산 중 사망률이 3배나 높고, 특히 이민자 단속이 강화되면 라틴계 여성들의 출산 후유증 비율과 저체중아 및 조산아 출산율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저자는 건강을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기존 인식을 비판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변화가 곧 공공보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