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물풀한계선

입력 2025-04-10 23:17

수목한계선은
높고 추운 곳에 그어지지만

물풀에게는
낮은 수면이 그 경계다

휘어져 흐르더라도
물 위로는 결코 웃자라는 법이 없는

바닥에 뿌리내렸지만
몇 해째 나이테를 남기지 않는

참을성 많은 연체동물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뼈보다는 지느러미나 촉수를 가지게 된

하늘 없이도 하늘하늘거리며
유영의 자유를 즐기는

물풀들

흐린 물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물풀한계선

그 線을 넘어 자라지 않는
물풀의 善

-나희덕 시집 '시와 물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