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간호사 신생아 학대 사건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이 도마에 올랐다. 이 병원 간호사는 신생아 사진과 함께 ‘낙상 마렵다’(시키고 싶다)는 글을 올려 큰 충격을 줬다. 전문가와 현직 간호사들은 CCTV 설치 같은 사후 조치보다 간호사 양성 단계부터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년차 간호사인 A씨(33)는 9일 “이번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해당 간호사의 아동학대 인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직업윤리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경북 지역의 전직 간호사 B씨(28)는 “대학 시절이나 간호사로 근무할 때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20조 2항에 따라 간호사는 매년 8시간 이상씩 ‘보수교육’을 수료해야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보수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관리·운영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0여개의 필수과목 가운데 1개를 선택해서 듣는 방식이다. 아동학대와 관련해서도 2시간짜리 과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필수는 아니란 설명이다.
A씨는 “이번 사건을 접하고 보수교육 시스템에 접속해봤는데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간호’ 과목은 있었지만 아동학대 관련 교육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또 다른 간호사 C씨는 “3교대로 이뤄지는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면서 온라인 교육을 집중해서 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D씨는 자신의 SNS에 ‘낙상 마렵다’는 폭언을 해 아동 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병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D씨의 게시물을 공유한 간호사 2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2019년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도 신생아실 간호사가 아이를 던져 두개골을 골절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신생아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CTV의 경우 사건의 정황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간호사 양성 과정부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받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온라인으로 형식상 이뤄지는 교육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