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신임 헌법재판관은 9일 취임사에서 “저의 임명과 관련해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걱정하시지 않도록 헌법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마 재판관이 국회 선출 104일 만에 취임하면서 헌재는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 퇴임 후 174일 만에 9인 체제가 됐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의 후임을 지명한 것을 놓고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마 재판관은 이날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가치인 국민주권주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 헌법 기본 원리만을 기준 삼아 헌법을 해석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진보 편향’ 우려에 대한 입장을 취임사를 통해 밝힌 것이다. 마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6일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과 함께 국회 몫 재판관으로 선출됐지만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헌재 재판부는 임시적으로 ‘9인 완전체’가 됐지만 문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18일 퇴임하면 다시 7인 체제가 된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후임 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재판부 구성은 ‘진보 5(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마은혁), 중도 1(김형두), 보수 3(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구도에서 ‘진보 3(정정미 정계선 마은혁), 중도 2(김형두 함상훈), 보수 4(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이완규)’ 구도로 바뀐다. 중도·보수 우위가 한층 뚜렷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인사청문 등 관련 절차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접수 후 20일 내 심사를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로 20일 내 청문회를 마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내 범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낼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끝내 송부하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헌재에는 이날 한 권한대행의 후보자 지명 행위와 관련한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이 접수됐다.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위헌 논란과 관련해 헌재에 접수된 첫 사건이다. 김정환 변호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내면서 본안 결정이 나올 때까지 두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헌재가 현 9인 체제에서 해당 가처분 신청을 심리해 과반(5명)이 찬성할 경우 지명 효력은 본안 결정 때까지 정지된다.
헌재 내부에선 이번 지명으로 권한쟁의 심판·헌법소원, 가처분 신청 등 까다롭고 민감한 정치적 사건들이 또 다시 헌재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부가 구성되는 방식 자체에 대해 헌재가 직접 언급하거나 평가하기는 부담이 있다는 게 전반적인 기류”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