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막힌 우원식… “대선·개헌 동시투표 어렵다”

입력 2025-04-09 18:57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자신이 제안했던 ‘대선·개헌 동시투표’ 방안을 사흘 만에 철회했다. 개헌 논의의 열쇠를 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거부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표가 부정적인 데다 우 의장마저 제안을 거둬들이면서 대선 전 개헌 추진의 동력은 상당 부분 상실됐다는 평가다.

우 의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며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밝혔다. 개헌 시점은 내년 지방선거 동시투표로 미뤘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제안했었다. 민주당 지도부가 우 의장 제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 전 대표도 제안 이튿날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논의 가능성의 문을 닫았다.

우 의장은 제안 철회 이유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 이슈를 들었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은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안에 선행됐던 국회 원내 각 정당 지도부와 공감대에 변수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논란이 국회를 강경 대치 모드로 바꾸면서 개헌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가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강한 반발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이 동시투표 제안을 던지자마자 민주당에서는 “벌써 개헌이니 내각제니 난리”(이언주 최고위원) “지금 개헌이 최우선 과제인가”(진성준 정책위의장) “내란 뿌리부터 당장 뽑아야 한다”(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 의장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에도 시달렸다.

우 의장은 대선·개헌 동시투표가 내각제 개헌과 마찬가지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마지막으로 정치토론 문화에 대해 한 말씀 드린다. 저는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로 개헌 제안이 내각제 개헌으로 규정됐는지 알 수 없다”며 “합리적이고 진지한 토론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시민사회·국민과 함께 변함없이 개헌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