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90년 지킨 옛 제일은행, 신세계 ‘더 헤리티지’로 재탄생

입력 2025-04-10 02:08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중구 본점에 옛 SC제일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한 ‘더 헤리티지’를 9일 오픈했다. 명동과 남대문 일대를 국내 대표 럭셔리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계획의 일환이다. 1930년대 지어진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복원에만 10년이 걸렸다. 연합뉴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역사·문화·쇼핑이 결합된 새로운 유통의 미래를 선보이겠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이 90년 역사의 서울 중구 옛 제일은행 본점을 쇼핑·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더 헤리티지’로 9일 개관했다. 백화점이자 근대 유통·금융 역사가 담긴 박물관이기도 한 더 헤리티지는 네오 바로크 양식의 건물로 신세계가 2015년 매입해 10년간 보존과 복원에 공을 들였다. 1935년 준공 당시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89년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세계는 과거 문헌과 사진 자료 등을 수집해 준공 당시와 90%가량 동일한 수준까지 복원했다. 김효윤 신세계백화점 리뉴얼TF팀 파트너는 “여러 차례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는 물론 30회 이상의 국가유산위원회 자문을 통해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특히 천장 꽃문양 석고 부조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인 공법을 적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 헤리티지 1·2층에 위치한 샤넬 매장에는 오픈 첫날부터 손님이 몰려 길게 줄을 늘어섰다. 매장 설계는 샤넬과 오랜 기간 협력해온 피터 마리노가 맡아 건물의 역사적인 건축 요소를 보존하면서 샤넬 하우스의 코드, 파리의 세련미, 장인 정신, 현대적 요소를 조화시켰다.

건축학적 보전 가치가 가장 높은 4층에는 한국 유통의 발자취를 담은 역사관과 갤러리가 들어섰다. 역사관에서는 신세계가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유물과 사료를 디지털로 전환해 전시한다. 갤러리에는 30~50년대 남대문 일대 그리고 신세계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보여줄 수 있는 사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5층에는 장인·작가들과 협업해 한국의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 헤리티지’, 신세계 한식연구소에서 한국의 디저트를 연구해 직접 개발한 메뉴를 소개하는 ‘디저트 살롱’과 옥상 정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한국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기프트샵 매장 전경. 연합뉴스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공간인 지하 1층에는 공예품 기프트샵이 마련돼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몰릴 것으로 신세계는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 본점에는 외국인 구매객이 전년 대비 2022년 241%, 2023년 514%, 2024년 458%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이 자리한 서울 남대문·명동 일대를 국내 최고의 럭셔리 랜드마크로 조성하는 타운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본점 본관을 ‘더 리저브’로, 2005년 개관한 신관을 ‘디 에스테이트’로 새로 이름 붙였다. 디 에스테이트는 지난달 리뉴얼 오픈했고 더 리저브도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을 갖춰 올 하반기 다시 문을 연다. 더 헤리티지까지 세 건물은 지하 통로로 모두 연결된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신세계의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담아 더 헤리티지를 개관했다”며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관광·쇼핑·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