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상태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사 단체들이 정부에 ‘증원 0명’ 발표를 조속히 하라고 압박하고 정부가 검토에 나서자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었다. 등록해 제적을 피한 뒤 수업에 불참하는 ‘꼼수 복귀’에 면죄부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9일 성명문을 내고 “의대생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학교에 등록만 했을 뿐, 여전히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명백한 꼼수”라면서 “완전한 의대생 복귀와 의대 교육 정상화 없이 2026년 모집 정원 동결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정부의 정책 철회를 위해 수업 거부로 몽니를 부리는 의대생에게 더 이상 선처와 관용 없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처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의대생 단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의료 정책 수립 시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조기 확정’ 요구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정부가 당초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전원 수업 참여’를 철회하라는 뜻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학 자율로 모집인원을 줄이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의대들은 3058명 확정 발표가 의대생 복귀 설득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면 3058명으로 되돌린다’는 정부 약속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정부가 일단 3058명 확정 발표를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달 중하순까지 기다리지 않고 확정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대생 수업 복귀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대생 단체들은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 고려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연세대 의대, 울산대 의대 학년 대표자들은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투쟁 방향성을 존중하고, 투쟁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대협의 미등록 휴학 방침을 어기고 등록·복학으로 입장을 바꿨던 의대들이다. 의대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의대생은 “내부 단속을 위한 사과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시 현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종로학원이 수험생과 학부모 5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5%가 의대 모집인원 축소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7.7%는 의대 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