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식 문제를 올린 뒤) 정답을 알려달라’, ‘표절 감시 도구를 피할 수 있도록 경영학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달라’
대학생들이 앤스로픽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에 물어본 질문들의 예시다. 대학교 학습 시장을 공략하려는 AI 기업들조차 대학생들이 AI를 사고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결과물을 얻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9일 클로드를 이용하는 전 세계 대학교 계정들의 사용 패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설문조사가 아닌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첫 대규모 연구로 학습 목적 대화 57만여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학생이 AI와 하는 대화 중 47%가 ‘가능한 빨리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결과물을 요구하는 직접적(Direct)인 질문들이었다. 앤스로픽은 노골적으로 정답만을 얻기 위한 질문들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은 보고서 작성이나 논문 내용 분석과 같이 고차원의 인지 기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주로 AI에 맡겼다. 클로드와의 대화를 ‘블룸 학습 분류법’에 따라 분류한 결과 생성(39.8%)과 분석(30.2%) 작업의 비중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앤스로픽은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학생들이 인지 능력을 AI에 아웃소싱(위탁)하는 것에 대한 잠재적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I가 학생들로 하여금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데 필요한 기초 다지기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교에서 학습 목적의 AI 모델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과 같은 AI 모델 업체들은 학습 특화 모델들을 출시하고 무료 서비스 행사를 진행하며 고등교육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사용 가이드라인과 강의계획서가 활용 방법을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 패턴은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학생들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토론식 수업을 확대하고 AI 활용 방법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