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 통화를 기점으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한·미 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스톱 쇼핑’(포괄협상) 뜻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발등의 불인 고율 관세 하향 조정을 우선 목표로 두고 외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통화가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한 권한대행이 양국 간 무역 균형과 에너지 관련 경제 협력, 안보 협력, 대북 정책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통상 리스크”라며 “정상 간 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앞으로 구체적인 대화에 대해 안을 만들어 통상 당국과 사안별로 협상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관세율 조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을 통해 “보복관세로 강경 대응하는 나라도 있지만, 한·미동맹을 안보동맹이자 경제동맹으로서 더욱 튼튼하게 격상시켜 나가는 것이 보다 슬기로운 해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동 주미대사는 워싱턴DC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협상 능력을 경주해 나가겠다”며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게 된 만큼 관세 조치의 부정적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 대응 협상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한국의 대미 투자와 조선,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을 거론한 뒤 “한·미는 서로에게 더욱 중요한 안보 산업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 문제에 있어서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등 양국 간 실질 협력 분야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나가며 양측이 상호 호혜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상호관세 협의차 워싱턴DC를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알래스카 LNG 건도 중요한 부분이고, 이미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조선도 미 측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관세) 25%와 다른 품목별 관세율이 사실 매우 높다”며 “미국과 끈질기게 협의해 다른 나라보다 절대 불리하지 않은 관세 대우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음 달 중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외교장관 회담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방한이다. 외교부는 “적시에 (한·미 외교장관의) 상호 방문을 추진해 나가고자 하며 추후 구체화될 경우 일정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지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