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안건 한 번에 논의하는 협상 패키지 딜 나설 리더십 중요한 때”

입력 2025-04-09 18: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스톱 쇼핑(One-stop Shopping)’ 개념을 꺼내들면서 한·미 관세 협상 방식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모든 안건을 한 번에 논의하는 ‘패키지 딜’을 뜻한다. 이에 미국이 부과한 25% 상호관세율 문제와 함께 조선업 분야 협력, 액화천연가스(LNG) 구입, 방위비 분담금 등 의제를 한꺼번에 협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 직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원스톱 쇼핑이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9일 “의제를 전부 묶어 한꺼번에 ‘원스톱’으로 협의하는 것”이라며 한국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협상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의제별 협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논의가 분산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허 교수는 “한국 정부로서는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관세 문제를, 미국은 자국에 유리한 투자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관세’ ‘조선’ ‘LNG 구입’ ‘알래스카 합작 투자’ ‘방위비 분담금’이 주요 의제로 꼽힌다.

미국의 요구사항 중 조선업 협력이나 미국산 LNG 수입 확대, 알래스카 투자 등은 민관 합동 대응이 가능하다. 되레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은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반면 방위비 분담금과 비관세 장벽 의제는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당시 한국에 100억 달러(약 14조8430억원)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올해분 분담금(1조4000억원)의 10배를 넘는다. 비관세 장벽은 30개월령 이상 미국 소 수입 등 농업 의제가 대다수다. 국내 농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패키지 딜에 나서려면 모든 의제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 교수는 “방미한 통상교섭본부장이 통상 이외 방위비 분담금 등 외교 이슈에 관해 말할 권한은 없다”며 “관건은 한국이 패키지 딜을 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조선업 부문에서 한·미 합작 조선소를 설립하는 식으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제안을 해 보호할 의제의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혜지 이의재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