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로 예정됐던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늦춰졌다. 연내로 기대했던 선진국 자금 유입과 국채조달 비용 경감 등의 편입 효과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최종 리뷰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FTSE 러셀이 운영하는 WGBI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국채로 구성된 지수로, 세계 각국의 연기금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세계 3대 채권 지수 중 하나다. 한국 국채는 지난해 10월 편입이 결정됐다. 오는 11월부터 편입돼 1년간 분기별로 편입 비중이 늘어날 예정이었다.
기재부는 WGBI 편입 시점 연기는 일본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일본 내에서 국채 주문에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번 편입과 관련해) 테스트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일본 투자자들이 제시했다”고 말했다. 편입 시점이 늦춰졌지만 편입 비중이 ‘분기 확대’에서 ‘월별 확대’로 바뀌어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 확대가 수월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편입 시점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0%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WGBI 편입 결정 이후 편입 시점이 미뤄진 건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WGBI 편입으로 한국 국채 시장에 560억 달러(약 75조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편입 시점 연기로 자금 유입도 늦춰질 전망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조달 방안을 고심 중인 정부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시장에선 채권·외환시장에 단기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상한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속에 WGBI 편입 시점 지연은 원화 강세 기대를 낮추는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장은 “해외 자금 유입이 지연돼 아쉬운 감이 있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장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