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기술 협력”… 글로벌 車업체들, 中에 잇단 러브콜

입력 2025-04-10 00:22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회사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뒤처진 업체들이 최근 빠르게 발전한 중국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협업을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이용하고 있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KGM)는 최근 중국 완성차업체 체리자동차와 중·대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동 개발 협약식을 체결했다. 체리차가 개발한 플랫폼을 KGM이 돈을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은 엔진, 서스펜션 등 자동차 주요 부품을 차체에 얹히기 위한 기본 골격을 의미한다. 차량 성능의 핵심인 셈이다. 플랫폼 개발에는 최소 수천억원이 드는데 KGM은 체리차와의 협업을 통해 렉스턴의 전통을 이어갈 차량을 내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KGM은 체리차의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활용할 방침이다.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중견 완성차업체 입장에선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브리드차를 단기간에 개발하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다. 르노코리아가 출시한 하이브리드 SUV 그랑 콜레오스도 중국 지리자동차가 개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견 업체들은 전기차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 개발이 시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비용이 비싸지 않은 중국 업체와 합종연횡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도 중국에 러브콜을 보내긴 마찬가지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6월 체리차와 플랫폼 사용 계약을 맺고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과 협력해 중국 내수용 신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중국 업체 링파오의 지분 21%를 16억 달러에 매입해 합작회사를 세웠다.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중국시장 판매량 확대도 노리고 있다. 중국시장 현지화에 들이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고 중국 소비자에게 ‘친중’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독일 자동차연구센터 관계자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차량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독일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중국 업체가 가져가고 있다.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다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경쟁사와의 협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해외 소비자에게 중국의 기술력을 경험시켜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면 향후 해외시장 진출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BYD(비야디)는 지난해 KGM의 전기 SUV 토레스 EVX에 전기차 배터리를 제공한 뒤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가 필요한 중견 업체와 한국시장에 발을 담그고 싶은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