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품목별 관세 칼날이 지난해 우리 수출을 떠받친 자동차와 반도체를 정조준하면서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졌다. 지난해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이었지만 총수출의 34% 이상을 담당한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 경우, 올해 1%대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수출이 유발한 실질 부가가치 증가액을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결과 2.04%의 실질 성장률 중 수출이 1.93% 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9일 추정했다. 이는 최근 5개년 분석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GDP에서 수출(6084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도 36.3%로 2020년대 들어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총수출의 21%, 자동차는 13.4%로 전체 수출의 34.4%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기업이 트럼프발 관세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 경제 위기론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의 생산유발 효과가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수출이 증가하면 수출용 반도체 추가 생산을 위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소재 관련 산업의 생산도 같이 증가하는 생산유발 효과가 확 줄어드는 것이다. 수출의 생산 유발효과가 작아지면 수출에 의한 생산이 줄고 이에 따른 고용과 투자 축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 수출의 생산유발액은 1조2508억 달러였다. 반도체와 자동차 품목이 포함된 조립가공업의 생산유발액이 7855억 달러로 가장 컸다. 두 품목의 생산유발액 비중은 2020년 28.6%에서 지난해 32.4%까지 확대되는 등 수출 기여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는 우리 수출에서 생산유발 효과가 가장 큰 품목이다. 2020~2021년에는 반도체 수출의 생산 유발액이 최대였으나 2022년 이후 자동차가 1위를 기록 중이다. 자동차 수출은 반도체 수출보다 수출액 자체는 적지만 산업 특성상 전·후방 연쇄효과가 크다.
한국의 수출 위축은 고용과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취업자는 416만명으로 분석 기간 중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유서경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결국 한국은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지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자동차 특정 품목의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수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