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이후 넉 달 만에 2.0%에서 1.5%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9일 발효된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향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ADB는 이날 발표한 ‘2025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ADB는 지난해 9월까지 올해 성장률을 2.3%로 유지하다 12월 0.3% 포인트 낮춘 2.0%를 제시한 뒤 이번에 추가로 0.5% 포인트 낮췄다.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등을 감안, 지난해 12월 전망(2.0%) 대비 0.1% 포인트 낮춘 1.9%로 전망했다.
ADB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내부 요인으로 고금리, 가계부채,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서 오는 민간소비 약화와 건설업 부진을 꼽았다. 미국과 중국의 수출경쟁 심화에 따른 반도체 수출 부진 등은 대외적 하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ADB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은 성장세 회복으로 내년 성장률은 1.9%로 제시했다.
ADB는 이번 전망에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6~7월 보충전망 때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국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된 점은 향후 전망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잇달아 하향 조정된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1%에서 1.5%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1.9%에서 1.5%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종전 대비 0.2% 포인트 낮춘 2.0%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도 각각 기존 2%대에서 1%대로 전망치를 낮췄다.
ADB는 아시아·태평양지역(아태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보다 0.1% 포인트 오른 4.9%로 예상했다. 내년 전망은 4.7%로 제시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7%, 대만 3.3%, 인도 6.7%를 제시했다. 아태지역의 올해 물가상승률은 2.3%로 내다봤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