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동갑내기 사모 경옥아, 재희야. 22년간 사모로 사역하면서 동갑내기 사모를 만난 건 처음이었어. 너희를 만난 건 하나님의 축복이야.”
홍미영(50) 울산 천곡교회 사모는 9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에서 열린 ‘사모 리조이스’의 무대에 올라 이렇게 고백했다. 교회에서 보이지 않는 사역자의 위치를 감당하고 있는 사모들은 이날만큼은 주인공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20년 이상 목회자의 아내로 외롭게 사모 역할을 감당해 온 홍 사모는 이곳에서 동갑내기 두 친구를 얻었다. 처음 만났음에도 사모라는 공통점 때문에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그는 두 친구와 함께 방을 쓰면서 늦은 밤까지 삶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했다.
이어 홍 사모는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우린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다음세대에 신앙이 이어지길 소망하는 진정한 사모들”이라며 “앞으로 너희의 교회와 삶을 위해 축복하고 기도할게. 만나서 반가웠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객석에 있던 사모들은 공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홍 사모는 이날 국민일보에 “2박3일간 마치 동갑내기 룸메이트와 지내는 소녀들처럼 시간을 보냈다”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사모가 저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의지가 됐다”고 전했다.
오륜교회는 한국교회 사모들을 격려하고 영적·정신적 회복을 돕기 위해 2007년부터 사모 리조이스를 시작했다. 매년 500여명의 사모가 참여할 정도로 사모들을 위한 치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새로운 시작과 회복을 의미하는 봄을 맞아 빛의 인도를 따라 걷는 출발의 뜻을 담아 ‘봄, 빛으로 걷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홍 사모가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위로받은 것처럼 행사에 참여한 사모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하고 있다.
20년 넘게 홀로 교회를 섬겨온 오영미(62) 사모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그동안 오 사모의 유일한 피난처는 기도의 자리였다고 전했다. 오 사모는 “은행원이었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주님의 소명을 받아 서원하면서 저는 갑자기 사모가 됐다”며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어 교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에 대부분 투입되는데 때로는 버거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사모 리조이스는 기쁨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했다.
사모 리조이스는 사모들을 위한 친목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문화공연과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일 뮤지컬배우 정원영씨가 무대에 올라 김동률의 ‘감사’ 등을 부르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40년간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최옥경(63) 사모는 “사모도 교인들처럼 때로는 힘듦을 느낄 때도 있다. 사모에 대해 좀 더 너그럽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