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통념 깬 설교… “신앙은 이렇게도 시작되는 거야” 메시지

입력 2025-04-10 03:01

“교회 연애하러 오세요. 밥 먹으러 오세요. 외로우면 그냥 오세요.” 짧은 설교 영상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요한 서울 용산구 기쁨의교회 목사의 설교 쇼츠 영상은 9일 기준 138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1분30초 남짓한 이 영상에는 1000개 가까운 댓글(사진)이 달렸습니다. 영상 속 메시지를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분명한 건 이 설교가 교회와 전도, 신앙의 출발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입니다.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기도 하고 언성도 높이고, 그냥 여기 계세요. 그러다 보면 예수님 만나요.”

설교는 말합니다. 신앙은 완벽한 동기에서 시작되지 않아도 된다고요. 외로움, 연애, 밥, 사업 성공이라는 이유로 교회에 왔다고 해도 그 머무름 안에서 결국 하나님의 뜻은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댓글에서는 간증이 이어졌습니다. “저도 밥 먹고 싶어서 교회 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말씀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 교회에서 세례받고 크리스천이 됐습니다.” “전도해준 사람이 사준 토스트가 너무 맛없어서 제대로 대접받아 보겠다고 수련회를 따라갔어요. 시작은 그럴 수 있어요.”

이 설교가 울림을 준 이유는 ‘신앙은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살짝 흔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심 없이’ 시작한 신앙만이 진짜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려면 반드시 순수한 동기가 있어야 할까요. 이 설교는 전도를 주저하는 신앙인들과 더불어 신앙생활을 떠나 있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출발의 여지를 건넵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전도학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수님 역시 누구든지 오게 하셨다”며 ‘교회는 어떤 상태의 사람이든 초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했습니다. 김 교수는 “교회의 문턱은 낮추되 그 안에서 복음이 분명히 전달되고 믿음의 결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열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 교수는 “이 설교에 복음의 본래 초청 방식이 담겼다”고 평가했습니다. 윤 교수는 “불완전한 동기로 왔더라도 복음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의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설교를 전한 이 목사는 “누구든 받아들이겠다는 자신감은 예수님에게서 나온다”며 “과거에도 연애나 인간적인 동기로 우리 교회에 온 이들이 많았고, 그런 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변화되는 과정을 많이 봐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믿음은 때로 모험처럼 시작되지만 그 안에서 진짜 복음이 자란다”고 말했습니다.

윤 교수는 “그냥 교회 오라는 단순한 메시지 안에 담긴 환대와 자신감, 그리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복음에 대한 신뢰야말로 지금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라고 꼽았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