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보다 멍청해”… 관세 놓고 머스크-나바로 ‘집안싸움’

입력 2025-04-09 18: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이 관세 문제를 두고 인신공격까지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머스크와 나바로의 충돌은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 월가를 대표하는 자본가 그룹과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이념형 그룹 간의 집안싸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8일(현지시간) 엑스에서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명백히 틀렸다”고 비난했다. 나바로가 최근 CNBC방송에서 “우리는 모두 일론이 자동차 제조업자라고 알고 있지만 그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한다”고 말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머스크는 이어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이 2023년 테슬라 4개 모델을 ‘가장 미국산인 차’로 선정한 내용을 올리면서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인 차다. 나바로는 벽돌 자루(a sack of bri cks)보다도 멍청하다”고 조롱했다.

폴리티코는 “머스크와 나바로의 특별한 말싸움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빅텐트 연합의 분열을 드러내고 있다”며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진영 내에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와 나바로는 지난 며칠간 공방을 주고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5일 나바로에 대해 “(그가 가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는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 자아(ego)가 두뇌보다 큰 문제로 귀결된다”는 글을 엑스에 올렸다. 나바로도 머스크가 관세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그는 단지 다른 사업가들처럼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라며 “일론이 정부효율부에 있을 때는 대단하다. 하지만 일론도 자동차를 파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무역과 관세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두 개인”이라며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Boys will be boys). 우리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언쟁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로 주가가 급락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월가 거물들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를 포함한 주요 은행 경영자들은 지난 3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관세 기조 완화를 요구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후 월가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트럼프의 관세는 기업의 비용 상승과 수익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이는 세계 생산의 동력 앞에 거대한 모래를 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대통령 참모진은 실수를 인정하라. 대통령이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경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