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라스트 댄스

입력 2025-04-10 00:41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졸업 파티 ‘프롬’(prom)은 특별하다. 이날만큼은 드레스와 정장을 차려입고 화려한 무도회장에서 춤을 춘다. 마지막에 추는 ‘라스트 댄스’(last dance)는 학창 시절 짝사랑하던 이성에게 다가갈 마지막 기회다. 이 춤이 끝나면 진정한 어른이 되고,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와 작별한다. 그래서 라스트 댄스에는 낭만적인 의미도, 결연한 의지도 담겨있다. 프롬에서 유래된 라스트 댄스는 주로 마지막 기회 또는 마지막 순간의 뜻으로 쓰인다. 특히 은퇴를 앞둔 노장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이렇게 부른다. 미국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은퇴 시즌을 다룬 다큐멘터리 제목도 ‘더 라스트 댄스’이다. 때로는 정치인의 마지막 임기 또는 마지막 발언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8일 밤 펼쳐진 배구 선수 김연경(37·흥국생명)의 라스트 댄스는 유려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말이자, 낭만적인 서사였다. 2005년 신인상·통합우승·MVP로 시작해 2025년 통합우승·MVP로 마무리했다. 김연경이 지난 2월 13일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후 그의 경기에는 매번 구름 관중이 모였다. 등번호 10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오른 흥국생명은 정관장과 만났는데 영화보다 더 극적인 승부였다. 최종 전적 3승 2패. 김연경은 은퇴를 앞둔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량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모든 것을 코트에 쏟아내고 마침내 주인공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박수 칠 때 떠났다. 아름다운 은퇴였다.

오는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대선이 라스트 댄스”라며 마지막 도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홍 시장뿐이랴. 유력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이번 대선은 그들의 라스트 댄스일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대선 레이스에 혼신의 노력과 아름다운 서사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스포츠에서 느낀 감동을 정치에서도 느껴야 하지 않겠는가.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