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전한 의사·제약회사 ‘검은 커넥션’, 뿌리 뽑아야

입력 2025-04-10 01:10
금품 수수. 연합뉴스TV 제공

의정 갈등으로 국민의 분노가 극에 이른 상황에서 제약회사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의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의사와 제약회사 간 불법 커넥션이 여전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하겠다.

경찰이 지난 6개월간 불법 리베이트와 공직자 부패 비리를 특별 단속한 결과 2617명을 적발해 이 중 42명을 구속했다. 의료·의약 분야에서 597명(구속 5명)이 적발돼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건이다. 고려제약 제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319명, 제약회사 임직원 21명 등 340명이 검거돼 이중 의사와 병원 관계자 등 2명이 구속됐다. 고려제약이 2020년∼2023년 약 190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료인 334명을 대상으로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은 42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의사 1000명가량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이나 골프 접대 등을 벌인 정황으로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불법을 저지른 제약회사로부터 버젓이 돈을 계속 받은 의사들의 ‘모럴 해저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불법 리베이트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사례 40여건이 공개됐고, 2016년에는 의사와 병원 사무장, 제약회사 임직원 등 단일 리베이트 역대 최대 사건이 적발됐다. 수법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건네는 리베이트가 결국 환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약값 및 건강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건보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명단을 공개하고, 면허 정지 등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사의 경우 최고 경영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검은 커넥션’을 뿌리 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