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88)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치적으로 극단적 견해를 가진 크리스천이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소수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한국교회 주류의 중도적이고 건강한 목소리가 묻히는 현실을 염려했다.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 아래 약자를 돌보고 사랑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 한국교회 제1의 과제라고 말했다. 손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진행됐다.
-한국교회가 둘로 갈라졌다.
“기독교 내에서 비율로 따지면 양극단에 있는 사람은 전체 크리스천의 1%도 안 된다. 문제는 소수의 목소리가 크다 보니 마치 기독교인 전체가 그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기독교가 극단적으로 갈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적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실제로 교회에 가 보면 극단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100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기독교가 분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극좌와 극우의 갈등이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를 주의해야 할 필요는 있다. 우리는 기독교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독교 본연의 자세란 무엇인가.
“보편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크리스천이 돼야 한다. 거짓말하지 않고 정의롭게 행동해야 한다. 정의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약한 사람을 돕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과부와 고아를 돌보고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을 정의라고 정의한다. 기독교의 전문 분야도 아닌 정치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으로서 투표와 같은 기본적인 정치적 책임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정책에 대해 극단적으로 행동하면서 전문가인 것처럼 나서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고 지양해야 한다. 성경 어디에서도 정치적 극단주의를 정당화하는 내용은 없다. 지금은 기독교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도덕적 민감성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정직해야 한다. 사회가 일부 극단적인 지도자 때문에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게 됐다. 교회의 도덕적 권위가 훼손됐다. 과거엔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존경받았고 자신의 재산을 나누며 어려운 사람을 도왔지만 교회 성장과 경쟁이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본질을 잃었다. 회개와 변화가 필요하다.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가 지켜야 할 중립성은 뭘까.
“중립성은 단순히 중립을 위한 중립이 아니라 성경의 기준에 따라 옳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중립이라는 말은 요즘 표현으로 ‘정당과 관계 맺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과의 관계로 인해 기독교가 오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목회자는 개인으로서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지만 성경과 설교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 만약 정치적 행동이 교회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목회를 그만둬야 한다.”
-목회자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는.
“목회는 복잡한 원칙을 요구하지 않는다. 과거엔 대부분 목회자가 존경받았고 교회 내 갈등도 거의 없었다. 목회자가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공정하게 사역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부 목회자들이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돈과 명예를 지나치게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잘못했을 때는 빨리 인정하고 회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6·3 대선을 앞두고 있다.
“교회는 결코 정당과 손을 잡아선 안 된다. 교인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나 교단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동은 금지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회와 정치의 분리를 실천하고 교회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씀은.
“성경은 해석의 차이가 없는 절대적인 가르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교회는 절대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성경의 도덕은 공자의 도덕과 다르다. 공자의 도덕은 자신을 훌륭한 군자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성경의 도덕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데 중점을 둔다. 예수님이 강조하신 사랑의 본질이다. 한국교회가 사랑과 도덕성에 집중하면 전도가 쉬워지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기독교가 본연의 원칙에 충실하면 정치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