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중곡역 인근 2차선 도로변을 지나가다 보면 평범한 상가 사이 선명한 다홍빛 외관에 흰색으로 뚜렷하게 보이는 ‘대한보구한의원’ 간판 글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뜻을 담은 이곳은 이름처럼 단순한 진료를 넘어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회복을 돕는 치유의 공간이다. “감사는 몸을 살리고 영혼을 회복시키는 첫 번째 처방”이라고 말하는 선재광(63) 원장을 최근 대한보구한의원에서 만났다.
진리 찾아 삼만리
선 원장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천자문과 명심보감, 논어 등 유학 고전을 배우며 자랐다. 책 속 삶의 지혜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양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2 때 우연히 들른 한약방에서 한지 위에 ‘경혈도’를 그리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경혈도는 기(氣)가 흐르는 자리, 곧 침을 놓는 곳이다. 그 신비롭고 정교한 그림에 매료돼 한의사의 길을 결심했고 결국 한의대에 진학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1981년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해보니 전통 한의학을 배우고 싶었던 기대와 달리 해부학과 생리학 등 양의학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전통 한의학을 제대로 배우고자 명리학 음양오행학 삼음삼양 등을 가르치는 재야의 스승들을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경락을 이해하려 황산·숭산, 음양오행을 깨치기 위해 화산, 태극권을 배우려 무당산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대학 수업은 제대로 듣지 않아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천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국내외를 오가며 배움을 이어갔다. 그렇게 찾아다닌 스승만 20명이 넘었다고 했다.
모든 치료는 하나님이 하신다
선 원장은 대학 졸업 후 같은 학교에서 한의학 원전과 의사학으로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부친의 고혈압을 계기로 연구에 몰두한 결과 고혈압을 네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에 맞는 한약 뜸 침 치료법도 개발했다. 그가 출간한 책 ‘나는 혈압약을 믿지 않는다’는 15만부 이상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밖에도 수십 권의 저서를 펴내며 방송 활동으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그러나 “실력도 있고 공부도 많이 했으니 환자의 90%는 내 능력으로 고친다고 믿었었다. 돌아보면 참 교만했고 자신감도 지나쳤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언제부턴가 치료가 잘돼야 할 사람이 낫지 않고,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환자가 회복되는 걸 보며 깨달았습니다. 이건 결코 내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요.”
26년 전 한 목회자 부부가 한의원을 찾았다. 사모는 교통사고로 45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깨어나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사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목회자와 교제하던 중 ‘저분의 지혜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갔다.
“‘저는 동양학을 배우기 위해 일본 중국 대만까지 다니며 지혜를 구하고 지금도 구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대체 목사님이 가진 지혜는 어디서 오는 겁니까’라고 묻자 목사님은 ‘그 지혜는 성경에 있다’고 답하셨습니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때만 해도 성경을 잘 몰랐던 선 원장은 목사님과 함께 잠언을 시작으로 전도서 욥기 시편까지 매일 읽고 묵상하며 말씀을 배워갔다.
그는 “예수님의 말씀은 지혜 그 자체였다”면서 “성경에는 인체와 영성을 이해하는 모든 진리가 담겨 있었고 결국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답도 그 안에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상 속 ‘감사’는 가장 효과적인 건강법
예수님을 영접한 뒤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선 원장은 “말씀을 묵상하며 환자를 고치시는 분은 이제 내가 아닌 하나님이심을 고백한다. 그래서 날마다 일터에서 ‘오늘도 주님이 일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다”고 밝혔다.
20년간 연구해 완성한 척추 경혈 마사지 베드 ‘선스파인’은 또 다른 사명을 주었다. 그는 이 수익을 기독교인을 위한 ‘웰다잉’ 한방 요양 실버타운 설립에 쓸 계획이다.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이 아닌 요양하고 예배하며 평안히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웰다잉 타운에서 한 영혼이 천국을 소망하며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선 원장은 우리의 육신을 어떻게 돌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음식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태양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순수한 자연 치유 에너지”라고 말했다.
“하루 한 시간 햇볕을 받으며 걷기만 해도 암 예방이 되고 두 시간 이상 걸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몸이 정결해지면 마음과 영혼도 맑아지게 됩니다.”
무엇보다 모든 치유와 회복의 시작은 바로 ‘감사’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선 원장은 “감사가 없으면 몸은 긴장과 스트레스로 병들 수밖에 없다”며 “걱정과 불안 남 탓을 멈추고 일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면 평범한 하루도 하나님의 선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치유의 문을 여는 믿음의 열쇠”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