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대한 25% 품목 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수출을 ‘일시 중단’하고 중장기 계획을 모색한다거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침을 발표하는 식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한 지난 2일(현지시간) 이후 미국에 도착한 차량을 항구에 보관하고 있다. 아우디 관계자는 “출고를 일시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우디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다. 관세가 부과되면 수익성 악화가 자명하다. 아우디는 미국서 약 두 달 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3만7000대 이상의 신차 재고가 있다. 당장 재고 판매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5% 관세를 기업과 소비자 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해야 한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미국행 자동차 선적을 일시 중단했다. JLR은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동안 단기 조치로 4월 한 달 간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JLR은 지난달 기준 1년간 43만대를 판매했는데, 미국 시장 판매 비중이 약 25%에 달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조립공장을 2주간, 멕시코 톨루카 조립공장은 4월 한 달간 생산 중단한다.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북미 운영책임자는 “관세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가격 인상을 한 업체도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의 가격을 최대 10% 올리기로 했다. 영국 자동차 브랜드 이네오스도 미국에 판매하는 자사 모델 2종의 가격을 각각 5%, 10%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미국 밖에서 조립한 차량에 ‘수입 수수료’를 붙여 판매가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인 토요타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다. 토요타는 2027년까지 자체 개발 전기차는 15종으로 늘리고 생산 기지를 미국, 태국, 아르헨티나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했는데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 관세와 환율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닛산자동차는 일본 후쿠오카 공장에서 생산하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로그의 생산분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주요 모델의 생산지를 미 앨라배마의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계에선 향후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부품 관세까지 적용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비용을 올리진 않겠지만,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판매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