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노동공급량 감소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0년간 3.3%(연 0.33%) 떨어질 것이라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고령층 인력의 적극적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은은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내놨다. 정년을 60세로 늘렸을 때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끼친 것을 감안했다. 퇴직 후 재고용으로 65세까지 계속근로 가능 시 경제성장률 하락의 3분의 1가량(연 0.1% 포인트)을 상쇄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과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8일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성·연령별 고용률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 향후 10년간 노동공급(임금근로자 기준)이 141만명 줄 것으로 내다봤다. 141만명은 현 노동공급량의 6.4%로, 매년 성장률 0.33%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은 고령층의 높은 계속근로 의지, 은퇴 후 소득 공백, 낮은 만족도의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을 고려하면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상당수 고령층은 본인이 종사하던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하지 못하고 단순노무직 등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존 경력을 활용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단순히 정년을 연장하는 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2016년 임금체계 조정 없이 시행된 60세 정년연장이 고령층 고용률은 높였지만 청년고용 위축이나 조기 퇴직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최대 1.5명 감소했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신규 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은은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퇴직 근로자와 새 계약을 통해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줄고, 청년 고용에 끼치는 악영향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령층 입장에서도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며 더 오래 일해 개인의 소득 안정성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65세까지 계속근로 비율이 50~70%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성장률이 0.9~1.4% 포인트(연간 0.1%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개인 측면(정년퇴직 전 임금의 60%로 설정)에서도 기존 소득 공백 기간(60~65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종사하는 경우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오 팀장은 “초기에는 자율적인 재고용 제도 확산을 유도하는 정책부터 시행한 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