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길 막힌 中, 다른 국가로 상품 밀어내기 하나

입력 2025-04-08 18:56 수정 2025-04-08 23:58
비야디(BYD) 전기차를 비롯한 중국의 수출용 차량들이 7일 장쑤성 쑤저우 타이창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전기차는 중국 업체들이 과잉 생산으로 수출 밀어내기를 하는 품목 중 하나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해 미국에 수출하던 상품을 다른 국가들로 돌릴 경우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된 상품을 다른 곳으로 밀어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중국은 이번 관세전쟁 이전에도 전기차 등 고가 제품부터 저가 생활용품까지 자국에서 과잉 공급되는 제품의 수출을 확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무역 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각국이 대미 수출 감소를 우려하는 가운데 중국의 제조업 확장이 세계 경제를 압박하면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올해 생산액 규모가 115조 달러(17경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가 미·중 양국에서 충격을 받는 셈이다.

트럼프 관세가 시행되고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 상호관세율의 절반 수준으로 보복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한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모델링 결과, 미국의 상품 수입은 2030년까지 30% 줄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85%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일본은 50% 이상, 베트남은 75%, 유럽연합(EU)과 인도는 40% 가까이, 영국과 브라질은 15% 정도 대미 수출이 줄어든다. 같은 기간 미국 이외 대다수 국가의 중국산 수입은 5% 미만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분석가 리처드 볼드윈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행사에서 “‘미국 쇼크’는 더 심각한 ‘차이나 쇼크’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른 주요국이 대중국 관세를 올릴 것이다. 매우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경영대 헨리 가오 교수는 “트럼프의 관세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주겠지만 이는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세계 경제 질서에 가하는 근본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도 미국처럼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의 상호관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원국 장관회의에서도 중국산 저가 수입품이 유럽으로 밀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로랑 생-마르탱 프랑스 무역장관은 이날 “우리 산업과 경제 안보, 저탄소 의제에 따라 EU와 중국 간 무역 관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면서 “무역전쟁 시기에 과잉 생산에 맞서 싸우는 등 단호한 무역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서 EU와 중국이 밀착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미하우 바라노프스키 폴란드 외무차관은 “미국과 파트너·동맹 관계에서 실질적인 도전 과제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회의장에서 형성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