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대권 주자 중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장관직을 내려놓고 조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다른 주자들도 앞다퉈 대선 출마 일정표를 발표했다.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장관 이임식에서 “저는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대선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통령은 궐위됐고, 민생은 고단하고,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이 원하고 아는 분들도 원했다”고 답했다. 대선 공약과 관련해선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함)을 위해 온 정치권과 국민이 단합해 국난을 극복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발전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는 9일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한다.
안 의원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공식 출정식을 열었다. 네 번째 대권 도전이다. 안 의원은 “국민은 이재명 민주당에 정권이 넘어갈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 저 안철수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누구보다 깨끗하고 인공지능(AI)산업 발전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적임자이자 중도 소구력이 가장 큰 후보”라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일상을 복구하고 잘못된 과거를 일소하는 시대교체가 필요한 때”라며 “이번에야말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는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오는 14일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선거 캠프 개소식을 연다. 11일 퇴임식을 앞둔 홍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을 보고 뛰는 게 아니라 본선을 보고 뛴다”며 “대선 공약, 대선 전략 준비는 지난주에 끝났고 실행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전략에 대해서는 “상투적인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이 아닌 ‘이재명 정권 대 홍준표 정권’ 양자택일을 국민들에게 묻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시장은 “국회 폭주에 행정부 폭주까지 이뤄지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 히틀러의 나라가 된다”며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장관에 대해서도 “문수 형은 ‘탈레반’(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신봉 세력)이다. 나는 탈레반은 아니고, 유연성이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 전 대표는 10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대표로서 국회에서의 계엄해제 요구안 표결을 주도한 점을 강조하려는 의미가 담겼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시대교체’를 중심으로 정치적 비전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그는 “미래 지향적이고 글로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후보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미 지난 2월 2일 홍대거리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구자창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