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한화에어로… 유증 규모 3.6조→2.3조로 줄인다

입력 2025-04-09 00:42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유상증자 규모를 당초 계획인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줄어든 1조3000억원의 자금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한화에너지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유증 자금을 경영권 승계 과정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고 주주 불만을 잠재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는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긴급 미래 비전 전략 설명회를 열고 수정된 유증 계획과 향후 성장 전략을 밝혔다. 안병철 한화에어로 전략총괄 사장은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증을 하면서도 충분한 설명 기회를 드리지 못해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경영적으로 옳다 해도 주주·시민단체·당국·정치권의 지지 없이 밀어붙이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주주 배정 유증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줄이지만 기존 3조6000억원의 자금 확보와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 계열사가 1조3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오션 지분 거래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한화에너지로 건너간 1조3000억원을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되돌아가게 해 경영권 승계 자금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안 사장은 “오전 이사회에서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유증에 할인율 없이 참여하고, 주주 보호를 위해 1년 락업(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묶어두는 조치)을 걸겠다는 내용의 의사결정을 했다”며 “관련 내용으로 금융감독원에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증을 발표하며 논란을 낳았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해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초대형 유증을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가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입한 것과 맞물려 총수 일가의 승계를 고려한 조치라는 의혹이 계속 커졌다. 그 사이 한화그룹주는 하락해 주주의 원성을 샀고 금감원은 유증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한화그룹은 경영권 승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달 31일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세 아들이 가진 ㈜한화 지분율은 42.67%가 됐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