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애플… ‘관세 전쟁’ 최대 피해자?

입력 2025-04-09 00:27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 1위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궁지에 몰렸다. 잇단 아이폰 가격 인상 전망에 미국 내에서는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벌어지는 등 소비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애플은 미국 판매분을 관세율이 가장 높은 중국 대신 인도에서 충당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관세 조치 발표 이후 미국 내 여러 애플 매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익명의 애플 직원은 “거의 모든 손님들이 가격이 곧 오르는 것인지 질문했다”며 “마치 바쁜 휴가철 분위기”라고 말했다. 애플 본사는 직원들에게 가격 인상 관련 질문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주요 애플 매장에서는 주말인 5~6일(현지시간) 전년보다 매출이 올랐다고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패닉 바잉에 나선 건 관세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애플이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스위스 최대 은행 UBS는 애플이 미국에서 프리미엄 제품 ‘아이폰 16 프로맥스’ 가격을 350달러(약 51만원)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모델의 현재 판매가는 1199달러(약 177만원)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애플이 전 세계에서 아이폰 가격을 6%가량 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애플이 최종 제품 가격을 올리기 전 협력사들에게 부품가 인하 압박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둔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국내 주요 부품 업체도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당장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부품사들에게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이번 관세 조치로 직격탄을 맞는 이유는 중국에서 아이폰의 90%가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 관세를 예고하자 5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 이럴 경우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총 104%가 된다. 애플은 임시변통으로 또 다른 생산지인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미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 2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관세 발표 이후 3거래일간 애플 주가는 20% 가까이 빠지며 시가총액 6400억 달러(약 940조원)가량이 증발했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경제는 애플에게 완전한 재앙”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