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앞서 사라진 시위대, 한남동엔 일부 모여

입력 2025-04-09 02:10
6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북촌 일대가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시위대가 해산하면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주민들은 일상을 되찾았다. 경복궁과 안국역 일대는 다시 관광객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다. 이와 달리 윤 전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떠날 때까지는 시위대가 또 들이닥칠지 모른다”며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했다.

8일 안국역 인근엔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명 맛집과 카페에 가려고 줄을 길게 서 있거나 양손에 유명 빵집 쇼핑백을 들고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 상인들은 관광객이 늘어난 건 다행이지만 탄핵 찬반 집회 후유증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49)씨는 “거리에 활기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반 토막 난 매출도 서서히 오르고 있다”면서도 “아직 귀에서 부부젤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안모(39)씨는 “일부 시위대가 매장 앞에서 싸워 유리창이 무너질까 매일 불안했는데, 이젠 웃으며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한남동에는 시위대가 철수하지 않고 남아 있다. 윤 전 대통령 관저 인근의 자동차판매장 빌딩 앞에는 화환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고, 이들의 구호인 ‘STOP THE STEAL’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육교와 건물에도 욕설이 적혀 있는 등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1시가 되자 1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위대 인근을 지나던 전유정(56)씨는 “그동안 소음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또다시 시위가 시작될까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33)씨도 “집회 소음으로 일상이 무너졌다”며 “잠이라도 편히 자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예솔 양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