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ㄷ’도 꺼내지마라” 일축에도 고개드는 ‘한덕수 차출설’

입력 2025-04-08 18:59 수정 2025-04-08 19:01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에서 보수진영 후보로 등판할 수 있다는 ‘차출설’이 정치권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권한대행 측은 거듭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대항마로 제격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국민의힘 후보군이 15명 안팎에 달하지만 저마다의 약점으로 득표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이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총리실 관계자는 8일 한 권한대행 차출설에 대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은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디귿’자도 꺼내지 마라. 출마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마라”며 입단속을 시켰다고 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적으로 균형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총리실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출마 권유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등판론은 국민의힘에서 먼저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 차출설에 대해 “지도부 입장에서는 그에 대해 언급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면서도 “후보로 적절하지 않겠냐 하는 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정부서울청사를 찾아가 한 권한대행에게 직접 대선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은 “생각이 없다”고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언급되는 보수 후보들 지지율이 이 대표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타개할 대안을 찾다 보니 국민적 인지도와 국정운영 경험, 외교안보 분야 경쟁력을 모두 갖춘 인물로 한 권한대행을 떠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50년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경제·외교 분야 정통 관료이고, 전북 전주 출신의 호남 인사라는 점에서 흥행력이 있다는 논리다. 한 정부 관계자는 “출마 가능성은 낮지만 국민의힘 경선에 대한 여론 관심을 높이고 지지층 결집 효과도 낼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한 권한대행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선 한 권한대행이 이날 이완규·함성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두고도 대권을 염두에 둔 ‘액션’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50년을 공직자로 일했는데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아무 말 하지 않는 걸 그렇게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