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12일 오만서 핵협상… “이란의 상황 악화 방증”

입력 2025-04-08 18: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자지구 군사작전 및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지원, 관세 유예 등을 요청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핵무기 개발 문제를 두고 직접 대화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주말 고위급 협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협상에 실패할 경우 “이란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위협도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이란이 직접적인 대화를 진행해 왔다”며 “최고위급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협상이 12일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강온 양면’ 전략을 취해 왔다. 지난달 7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한편, 이란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폭격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이란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거래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면서도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회담이 성공적이지 않다면 이란에 있어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도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회담 형태는 양국 간 일대일 회담이 아닌 오만을 중재국으로 끼운 ‘간접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에서 “이란과 미국은 12일 오만에서 간접적으로 고위급 회담을 가질 것”이라며 “이것은 기회이자 시험이다. 공은 미국 코트에 있다”고 밝혔다.

고위급 협상에는 아락치 장관과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방송 프레스TV는 “아락치 장관과 위트코프 특사가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중재하는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은 그만큼 이란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방증”이라며 “일부 이란인들은 협상을 통해 경제 문제와 전쟁 위협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란과 직접 협상을 한 것은 2015년 이란 핵합의가 도출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가 마지막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이란 핵합의를 파기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리비아식으로 이란의 핵보유가 저지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식 핵해법은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로 이어져 핵보유를 추진하는 나라들이 꺼리는 방식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