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간의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잠룡’들도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준비에 들어간 분위기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이미 ‘대세론’을 굳건히 하는 양상이라 내부 경선 승리보다는 사실상 ‘2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8일 “경선 참여 주자들은 차기 당권이나 대권 등 정치적으로 ‘다음’을 생각하는 인물이 많기 때문에 이 대표가 유리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아름다운 완주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인으로서 ‘대권 도전’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 일로 평가된다. 경선 참여는 전국 당원들에게 인지도를 높일 기회이기도 하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착한 2등 전략’으로 정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말 귀국 직후만 해도 이 대표 일극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지만 지난 2월 이 대표와의 회동 이후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 이틀째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광화문광장의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대표와 함께 ‘내란 종식’ 대열에 서기로 한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김 전 지사는 더 이상 비명계로 묶이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이에 비해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 대표와 맞서며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경제 전문가’를 강조하며 중도층 공략에도 집중하는 중이다. 개헌 이슈에 있어서도 ‘대선·개헌 동시 투표’에 찬성하는 등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앞서 친문·비명계 인사들을 경기도로 적극 영입하며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기도 했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으로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지역주의 극복의 상징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되는 김 전 총리도 그간 이 대표 일극체제를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7일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김두관 전 의원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경선으로는 본선 승리가 어렵다”며 완전 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 등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에게 선거는 승리만이 아니라 패배 역시 정치”라며 “경선 참가자들의 다음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