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에 대응하고 산불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다음 주 초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중국이 보복관세를 실행하고 미국이 재보복을 발표하는 등 관세전쟁이 확대되면서 더이상 대응을 늦출 수 없다”며 “구체적인 추경의 내용은 이번 주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AI) 분야에 최대 4조원을 투입한다. 최 부총리는 “관세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 바우처’ 등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투자보조금을 신설하겠다”며 “고성능 GPU(AI에 쓰이는 반도체)를 1만장 이상 확보하고, AI 분야 인재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소상공인 지원에도 3조~4조원 규모의 재정이 뒷받침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영세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저금리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서민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 확충을 위한 사업을 최대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영남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의 복구와 재발 방지에도 재정이 투입된다. 최 부총리는 “산불감시용 드론 확충, 고성능 헬기 추가 도입 등 산불 예방·진화체계 고도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할 대미(對美) 협의 전략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미 관세 조치 대응은 단판이 아닌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다른 나라의 대응 동향 등을 보며 최적의 협의 전략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급한 부문에는 기업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민간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무역적자·재정적자 해소, 효과적인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며 “다만 이해관계자별로 다른 반응과 국가별로 엇갈린 대응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전개 양상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