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8일 주요 교역국들은 막판 협상을 시도하며 세율 조정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적극적으로 접촉해온 일본은 관세 협상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자신이 본부장을 맡고 각료 전원을 참여시킨 ‘미국 관세 조치에 관한 종합대책본부’ 출범을 선언했다. 이시바 총리는 대책본부 첫 회의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외교적으로 대응하면서 자금 지원 등 국내 대책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각료들에게 지시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25분간 통화하며 관세 관련 조치를 협의했다. 양국의 장관급 카운터파트도 지정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일본에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이 협의를 주도하게 된다. 베센트 장관은 엑스에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라는 (트럼프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선 “일본이 매우 빠르게 대응한 만큼 (협상에서) 우선순위를 얻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교역국들도 협상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돼 많게는 40%대의 ‘관세 폭탄’을 맞은 아시아 국가들이 저마다의 협상 카드를 내밀며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나섰다.
가장 높은 49%의 관세율이 적용된 캄보디아는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산 19개 품목의 관세를 내리겠다”고 제안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미 협상단을 구성해 정리쥔 부행정원장(부총리 격)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밀·면화·석유·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려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국가인 레소토마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단을 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에 ‘상호 무관세’를 제안하면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 불발 시 고강도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EU가 미국 공산품에 대해 무관세를 제안한 것이 충분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강대강’ 대치 구도를 허물지 못한 중국과 캐나다는 맞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트럼프의 ‘50% 추가 관세’ 위협에도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보복관세를 매긴다는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다. 캐나다는 지난 3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