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이 자꾸 음모론성 영상이나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무시하거나 거절하기도 어려워 답답해요.”
김아름(가명·43) 사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자극적인 정치 영상이나 출처 불명의 기도 제목 메시지를 받는다”며 “대부분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라 불편하지만 관계를 고려하면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민(가명·23)씨도 “일부 교인이 출처가 불분명한 글을 ‘펌글’이라며 무책임하게 퍼뜨리는데 이런 것 때문에 단톡방이 논쟁터가 되고 교회 공동체의 신뢰까지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교회 내 SNS 단체방, 특히 소그룹이나 중보기도방을 중심으로 정치 편향적이고 허위성이 짙은 콘텐츠가 빈번히 유통되고 있다. 정치인을 연상시키는 조롱 이미지, 각종 음모론 자료 등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극단적인 갈등 사태는 이런 흐름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 교회는 단톡방에서 부정선거 의혹 영상 등이 공유됐다가 성도 간 설전이 벌어졌다. 선교단체 기도모임에서 가짜뉴스 문제 때문에 수십 명이 단톡방에서 퇴장한 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디지털 미디어 허위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건 그 환경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유튜브 등은 광고 수익을 중심으로 한 ‘주목경제’라 기성 언론과 달리 과장, 왜곡이 더 유리하게 작동하기에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클릭, 검색 이력에 따라 선별적으로 정보를 노출하는 알고리즘도 익히 알려진 문제다.
이런 가운데 믿음을 중심으로 강하게 연결된 신앙공동체인 교회는 더욱 취약하기 쉽다. 조수진 장로회신학대학교 미디어트랙 교수는 “과거에는 (교회에서) 미디어를 절제하는 데 집중했지만 지금은 미디어 대응 역량 자체가 부족하다”며 “선거철이나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 신앙의 언어로 포장된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퍼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교인들의 경우 언론보다 목회자를 더 신뢰하는 만큼 목회자의 정보 판단력이 허위정보 확산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 등에서 유통되는 긴급 기도제목이나 선교지 소식처럼 보이는 허위 정보 등에 대해서는 교단 차원의 검증 체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계 차원의 적극적인 미디어 교육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건강한 교회는 성도들이 잘못된 정보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앙적 독립성과 성경적 기준에 따른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도 “겉으로는 기독언론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단이나 혐오를 선동하는 유사 언론도 있다”면서 자극적인 제목, 익명 취재원 남발, 과도한 따옴표 사용 등을 가짜뉴스의 징후로 꼽았다. 뉴스가 나온 매체 정보, 기자 이력, 기사 출처를 확인하고 같은 뉴스도 여러 매체에서 비교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제시됐다. 조 교수는 “교회 내 미디어 교육을 정례화하고 기독교계 팩트체크 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미디어에 능숙한 다음세대가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교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연 박효진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