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이 될 것인가, 불통이 이어질 것인가.
김관선 산정현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분열과 성장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8일 서울 서초구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을 지나며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분열상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 땐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고 개화기에는 수구와 개방으로, 일제강점기엔 신사참배 문제로, 해방 후엔 좌우로 갈등했다”며 “지금은 진보 보수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데 정치 갈등이 국민 갈등으로 번진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오기까지 교계는 찬반으로 갈려 대립했다. 다른 진영에 선 목회자들은 저마다 성경 구절을 정의의 근거로 내세웠다. 김 목사는 “이념을 신앙으로 여긴 일부 교인들이 정치 갈등에 앞장서지 않았느냐”며 “이념이 신앙을 대체하면서 상대는 사탄이 됐고, 싸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정치적 양극화는 부메랑이 돼 교회 내분을 키우기도 했다. 나눔의 장이던 교회 단톡방이 폭파되거나 설교 도중 교인들이 예배당을 박차고 나가는 등 불화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 목사는 “1000명 모이던 교회가 정치 싸움으로 10%만 남았다면 떠난 교인은 조용했던 다수”라며 “이들이 결국 정치 갈등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 목사가 내다본 한국교회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는 “생각이 다른 이들을 틀렸다고 보는 편향이 여전하고, 진영논리 자체가 선악의 문제가 아닌데 선과 악의 대결로 보는 오해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교회와 교인이 화합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되면 결국 혼돈과 분열만 남을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성구만 인용하는 게 아니라 성경 전체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듯 교회 안의 다양한 시각도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다른 음색, 높낮이가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지만 처음부터 화음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치 갈등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선 한국교회에 ‘성장통’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목사는 “신체적 성장이든 경제적, 정치적 성장이든 성장통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현재의 갈등을 딛고 화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곁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두신 분도 하나님이시다”며 “정치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며 성장하는 기회로 삼자”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