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헌법재판관 지명… 민주 “원천 무효” 반발

입력 2025-04-08 18:54 수정 2025-04-08 23:5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퇴임을 열흘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건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또 헌재의 ‘미임명은 헌법상 의무 불이행’ 판단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미뤄왔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명 자체가 원천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권한대행의 권한을 넘어선 ‘적극적 인사권’이며, 이 후보자의 경우 12·3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안가 회동’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되는 등 내란 연루 의혹마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한 권한대행의 지명이 무효임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후보자와 함 후보자 지명, 마 재판관 임명 사실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이고, 경찰청장 탄핵심판도 진행 중”이라며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되면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가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없이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대행은 헌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혼란을 잠재우려 했다. 법적 검토를 다 마쳤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마 재판관에 대해 “헌법재판소법과 헌재 결정에 따라 임명했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 마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으나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4일 직무복귀 이후에도 임명을 보류해 왔다.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헌재의 공백 상태는 막아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다만 권한대행의 한계를 넘어선 인사권 행사라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두고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 헌재의 ‘보수 우위’ 지형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권한대행은 사과부터 하고 지명을 철회하라”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된 거로 착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박민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