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퇴임을 열흘 앞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8일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건 처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또 헌재의 ‘미임명은 헌법상 의무 불이행’ 판단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미뤄왔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명 자체가 원천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권한대행의 권한을 넘어선 ‘적극적 인사권’이며, 이 후보자의 경우 12·3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안가 회동’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되는 등 내란 연루 의혹마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한 권한대행의 지명이 무효임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 후보자와 함 후보자 지명, 마 재판관 임명 사실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이고, 경찰청장 탄핵심판도 진행 중”이라며 “결원 사태가 반복돼 헌재 결정이 지연되면 대선 관리, 필수 추경 준비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가 앞으로도 헌정질서의 보루라는 본연의 사명을 중단없이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권한대행은 헌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고 혼란을 잠재우려 했다. 법적 검토를 다 마쳤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마 재판관에 대해 “헌법재판소법과 헌재 결정에 따라 임명했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 마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으나 한 권한대행은 지난달 24일 직무복귀 이후에도 임명을 보류해 왔다.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후보자 지명은 헌재의 공백 상태는 막아야 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다만 권한대행의 한계를 넘어선 인사권 행사라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한 권한대행의 지명을 두고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 헌재의 ‘보수 우위’ 지형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권한대행은 사과부터 하고 지명을 철회하라”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된 거로 착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박민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