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선정된 충남 지천댐 건설을 두고 지역 내 찬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충남도는 관련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반대대책위원회는 댐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12일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를 열고 기후대응댐 후보지에 청양·부여 지천댐을 반영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청양군 장평면과 부여군 은산면 일원에 저수용량 5900만㎥ 규모의 댐이 건립될 전망이다. 대청댐(14억9000만㎥)의 4%, 보령댐(1억1700만㎥)의 50% 수준으로 하루 38만명 분량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도는 충남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천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청양·부여군, 찬·반 양측 주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천댐 지역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 의견 수렴에 앞서 기본구상을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충남은 지역 용수의 80% 이상을 대청댐과 보령댐에 의존하고 있어 가뭄이 발생할 경우 정상적인 용수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2031년이면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고 2035년이 되면 하루 18만t가량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함께 댐 건설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지원 강화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해 들어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 추가금액 상향,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 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댐건설·관리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 추가금액 한도가 현행 200억원에서 700억원까지 늘어 지천댐 정비사업비 역시 기초금액과 추가금액한 합산해 77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수몰·인접지역 주민에게 이주에 들어갈 보상금액을 추가 지원하고 생계 지원을 위해 대토, 스마트팜, 태양광 등 주민 수익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기존에는 댐을 만들 때 국가 지원금이 300억원에 불과했으나 댐건설법 시행령이 바뀌며 770억원으로 늘었고 도에서도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며 “청양·부여 지역의 관광 인프라 확충과 농축산 시설 현대화, 주거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부분에 도움을 줘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를 유입시키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댐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은 여전히 완강하다.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7월 지천댐 건설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청양군청과 충남도청 등에서 반대 시위를 수차례 열며 반대 입장을 강화하고 있다.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는 “지천댐은 공단이 많은 서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에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청양군과 부여군을 희생시키는 것”이라며 “지천댐 물을 가져가는 시·군은 기업유치가 늘고 인구와 일자리도 증가해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반면 댐이 생기는 지역은 마을이 사라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동시에 안개와 녹조, 규제로 인한 재산 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겪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가 제시한 댐 주변지역 지원안에 대해서도 ‘여론호도용’이라며 일축했다. 반대대책위는 “전기, 상하수도시설과 이주자단지 등 댐 부대시설을 위한 사업비가 대부분인데 마치 특혜를 주는 것처럼 지원이란 단어를 쓰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청양·부여군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편성 계획도 없고, 댐 건설 찬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공수표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양군의회도 지난 2월 성명을 통해 “허울뿐인 지원책을 내세워 또 다시 우리 군민을 갈라치려 하고 있다”며 “지천댐 후보지 선정을 단호히 거부하며 부당한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역시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건설 이유로 제시한 연간 물 부족량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며 댐 건설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환경부가 밝힌 물 부족 전망은 수자원 공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며 “연간 7.4억t의 물 부족 전망도 인구와 농업 수요 감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대대책위는 지천댐 지역협의체 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협의체 구성원 가운데 반대 의견은 극소수여서 의견 수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숙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여군 주민들만 봐도 찬성과 반대 각각 3명씩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6명 중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은 한 명뿐”이라며 “지난 3일 열린 2차 회의에 참여한 위원도 한 명만 빼고 모두 찬성측 인사로 구성됐고 도지사 몫의 전문가 2명도 찬성파로 선정해 편파적인 위원 구성”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역협의체 위원은 청양 주민 3명, 부여 주민 6명, 전문가 4명, 도 물관리정책과장과 청양군 기획감사실장, 부여군 환경과장 등 당연직 3명 등 총 16명이다.
대통령 파면도 지천댐 건설 추진의 변수로 떠올랐다. 환경단체가 앞다퉈 윤석열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해온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윤 정부의 환경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지는 미지수다.
도는 일단 협의체를 통해 기본구상을 추진한 후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댐 건설 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댐의 필요성과 위치,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기본 조사를 4∼5개월가량 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홍성=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