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는 1.5배속으로 보는 게 더 편하고, SNS에서 단문과 이미지로 소통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대가 성경을 가까이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8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개최한 ‘새한글성경 봉헌 기념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이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새한글성경의 활용법이 제시됐다.
권의현 대한성서공회 사장은 13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완성한 새한글성경에 대해 “36명의 성서학자와 3명의 국어학자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성경을 쉽게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번역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매체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는 물론 한글성경을 접하는 외국인에게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새한글성경 번역팀은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조금 더 쉽고 빠르게 성경 본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원문의 긴 문장은 여러 개의 짧은 문장으로 나눠 번역했다. 로마서 1장의 경우 개역개정판에선 19문장, 문장당 단어 수 26개로 기록됐지만 새한글성경은 63문장, 문장당 단어 수 9개로 이뤄져 크게 변화했다.
발제에 나선 명지대 교목실장 이승문 교수는 “새한글성경이 알파세대, MZ세대 등 다음세대가 읽기에 최적화된 만큼 공동 읽기의 장점을 활용해 오프라인 모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야외 책 읽는 모임’ ‘교회 밖 다양한 장소에서의 낭독 모임’ ‘필사 성경 독서법’ 등을 제안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경 읽기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성경읽기 앱을 활용해 공동체가 함께 성경 읽은 분량을 기록으로 저장하고 온라인에 공유하며 동기부여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심층 면담에서 새한글성경의 번역이 기존 개역개정판보다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도 공유됐다. 권순희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면담 대상자들은 ‘견디느니라’를 ‘견뎌냅니다’로, ‘성내지’를 ‘화내지’로 표현한 것 등 새한글성경의 번역이 마음에 더 와닿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야곱과 요셉의 대화에서는 부자(父子)간의 친밀성이 표현되도록 ‘-렴’ ‘-마’와 같은 종결어미를 활용하는 등 서법을 다양화했다는 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특히 “다문화 배경의 학습자, 외국인 유학생, 북한이탈주민, 21세기 청소년 등을 위해서도 유의미한 번역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수인 아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에 휘둘리는 ‘소비재’가 아니다”며 “기술의 진보가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해서 성경을 성찰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