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유승민(사진) 전 의원의 지지율이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보수층에서는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비해 여전히 지지세가 약하다. 그러나 중도·진보와 다른 당 지지층에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 전 의원으로서는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과 보수층의 높은 ‘비토의 벽’을 넘는 게 가장 큰 관건인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5%를 얻어 김 장관(16%)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앞서 한국갤럽이 서울경제 의뢰로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19%를 얻어 김 장관(15%), 홍 시장(13%), 한동훈 전 대표(11%)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었다. 유 전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진행된 다자대결 조사에서는 줄곧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었다(각각의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유 전 의원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유권자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좁히면 유 전 의원 지지도는 두 조사에서 모두 4%에 그쳤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 전 의원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이 일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람’이 실제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통 유 전 의원 지지도는 정치 고관여층이 선호하는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보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잘 나오는 편”이라며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를 전화면접 방식으로 할 경우 유 전 의원이 1차 컷오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 1차 경선 당시 전화면접 방식을 채택했다.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 지지자들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을지 여부도 유 전 의원에게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서울경제 의뢰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개혁신당(58%), 조국혁신당(50%), 민주당(31%)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는 3%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될 경우 유 전 의원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는 비상대책위원회 결정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