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해 최고 104%의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관세전쟁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발효되는 상호관세는 유예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는 협상의 여지를 뒀다.
트럼프는 7일 트루스소셜에서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서 34%의 보복관세를 예고한 데 대해 “8일까지 중국이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것은 9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에 이미 20%의 기존 관세에 더해 34%의 상호관세까지 부과한 상태다. 여기에 50% 관세가 추가되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04%가 된다. 트럼프는 “중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미국과의 모든 대화는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8일 담화문에서 “중국은 미국이 대중국 50% 관세 추가 인상을 위협한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이 격상한 관세 조치를 이행하면 중국은 반격 조치를 취해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겠다고 위협하는 건 잘못에 잘못을 더하는 것으로 중국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폭탄 공방 속에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과의 회담을 요구한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호관세 유예설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많은 나라가 우리와 협상하기 위해 오고 있다. 그것은 공정한 계약이 될 것이며 많은 경우에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일본과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상호관세 발표 이후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8일 자신이 본부장을 맡고 각료 전원을 참여시킨 ‘미국 관세 조치에 관한 종합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시바는 대책본부 첫 회의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외교적으로 대응하면서 자금 지원 등 국내 대책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교역국들도 협상 기회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중국의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돼 많게는 40%대의 ‘관세 폭탄’을 맞은 아시아 국가들은 저마다 협상 카드를 내밀며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고 나섰다. 가장 높은 49%의 관세율이 적용된 캄보디아는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산 19개 품목의 관세를 내리겠다”고 제안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미 협상단을 구성해 정리쥔 부행정원장(부총리 격)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밀·면화·석유·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려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국가인 레소토마저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단을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김철오 기자 joylss@kmib.co.kr